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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찌해야 네 감정도 사랑이 될까? 답을 받을 수 없는 물음을 속으로만 계속 반복했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한다고 아무것도 없는 너의 감정이 사랑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알면서도 나는 애타게 너의 사랑을 바라게 된다. 마치 네 사랑 외에는 필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청우배세] 짝사랑?

 

“세진아, 자야지.”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응시하고 있던 배세진의 시선이 류청우에게 꽂혔다. 저 다정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자신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잠에 빠져들면 될 것을 항상 끝까지 챙겼다. 저 정도면 저 성격도 독이었다. 배세진은 그 독에 취해버린 중독자였고.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그래, 독이라는 게 그렇지. 처음이 어느 때였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독에 취한 채였지.

 

“걱정 안 해도 돼.”

 

싸늘하게 쏘아붙이자 청우는 난처하게 세진이를 바라봤다. 그 표정을 본 배세진은 심장이 콕콕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에 대한 감정을 덜어내려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걸. 괜한 희망은 자신을 더 망가트릴 뿐이었다. 그러니 제발 제게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를 사랑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이러는 건 고역이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걸 꾹 참아냈다.

 

“세진아, 너인데 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그런 다정한 말은 하지도 말아. 입술을 꾹 깨문 남자는 답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말은 들어줄 생각도 없는지 핸드폰으로 계속 영상을 이어봤다. 영상에서 나오는 이는, 언제나 한 명 류청우였다. 자신도 모르게 하아, 따가운 한숨을 뱉어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불쌍해진 탓이었다. 하필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결코 마음을 내주지 않는 이를 사랑하게 되다니. 게다가 그 사람과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 이 순간에 잠이 올리 없었다.

 

“세진아. 응? 제발 자자. 내일 종일 촬영하는 거 알잖아.”

 

그래, 너와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또, 종일 일하겠지. 제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류청우와 말이다. 어떻게 네 앞인데 잠이 오겠어. 지금도 심장이 멋대로 쿵쿵 뛰어대는데. 결코 그러지 못하겠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배세진은 몸만 뒤척였다. 그러자, 류청우가 침대에서 내려와 배세진의 앞으로 오는 게 아닌가.

 

“헙.”

“빛이 들어와서 그런가 봐. 내가 재워줄게, 세진아.”

 

남자의 다정한 음성과 함께 커다란 손이 배세진의 눈을 가렸다. 빛이라곤 한 줌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싫다고 바둥여야하는데 우습게도 그 따스함이 좋아 뿌리치지 못했다. 하필 배세진은 암흑에 약해 점점 잠에 빠졌다. 짝사랑으로 인해 쓰라린 가슴을 뒤로한 채 고롱, 고롱 순한 숨소리만 방안에 가득 찼다. 켜져 있던 핸드폰 화면은 어느샌가 꺼진 지 오래였다.

고롱거리는 숨소리만 들리는 그 암흑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움직였다.

 

“…………”

 

그 그림자는 곧바로 배세진의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암호는 늘 간단했다. Z. 손으로 제트를 그리니 방금까지 그가 보고 있던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류청우 직캠, 류청우 모음집, 심지어는 류청우의 팬아트까지 모아놓은 갤러리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메인 화면으로 돌아오자 하얀 화면 탓인지 빛에 얼굴이 노골적으로 비쳤다. 그 그림자는 다름 아닌 류청우였다.

 

‘날 아직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원래 자리로 핸드폰을 돌려놓은 류청우는 자지 않겠다고 떼쓰던 배세진을 내려보았다. 이렇게 만드는 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는 물론이고 누구도 마음에 담지 않았던 처음만 떠올리면 기분이 참 새로웠다. 그랬던 네가 자신의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집하려는 모습까지 보이다니. 너를 짝사랑할 땐 네가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줄만 알았다.

 

‘귀엽기는.’

 

낮게 웃던 류청우는 쪽, 남자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하면 성과라는 게 나오는 걸까. 지금 배세진은 누가 봐도 류청우를 짝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아주 절절하게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짝사랑을 눈치챘을 때 너만의 사랑이 아니라며 입을 맞추는 등의 로맨스를 펼쳤겠지만 류청우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사랑해.”

 

자는 손등에 입을 맞추고 나서야 남자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남자가 선택한 것은 ‘더 긴 애달음’이었다. 좀 더 자신을 원하고,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짝사랑에 좌절했으면 좋겠다. 사랑이 되었을 때 쉬이 도망가지 못하게. 이런 자신을 배세진이 눈치챈다면 나쁜 놈이라며 화를 내겠지만 안 들키면 되는 문제 아닌가? 자신은 쉬이 들킬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들키면…………’

 

아이돌로 사랑하기에 겁이 나서 그랬다고 하면 되지. 그럼 더 놓지 못할 것이다. 사랑이 더 중해 그 두려움까지 뒤로하고 자신을 만나주었다는 사실에 쉬이 사랑이 식지 못할 것이다. 만일 식는다면 억지로라도 이쪽에 붙어있게 만들어야지. 배세진을 처음 짝사랑했을 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으나, 결코 바뀌지 않은 게 있었다.

 

‘배세진을 원해.’

 

너의 사랑. 한순간일지 모르는 너의 그 사랑이 너무도 애가 탔다. 그래, 류청우는 너무도 배세진의 사랑을 원한다. 아니, 그 사랑만을 먹고 산다. 그러니 배세진 너도 나처럼 나의 사랑을 갈구하게 됐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계속 달게 굴어야지. 누구에게나 다정한 척, 모두에게 이런 다정함을 흘리는 척. 너는 그 거짓에 속아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될 거고, 그 깊은 바닥에서 나랑만 만났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가 만든 너의 짝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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